1998년 K리그 부산 로얄즈에 순정만화에서 나온듯한 외모의 선수가 입단했습니다. 축구를 잘 할까 싶을 정도로 곱상한 외모의 이 선수는 테리우스라 불리며 프로 데뷔 2년 차에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를 수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해 2000년 7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선수들이 즐비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의 '페루자' 팀으로 임대 이적하게 되는데요, 국내 프로 무대 경력 2년 만에 유럽 빅 리그에 진출했던 이 만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판타지스타 안정환 선수입니다.
세리아A 페루자
1978-79 시즌 준우승을 단 한 번 했던 세리에A의 페루자 팀은, 1998년 일본의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를 보유했고 뛰어난 활약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카타'는 페루자 유니폼 가슴에 스폰서를 대주는 조건으로 이적을 하게 되었는데요, 기대감 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나카타로 인해 아시아 선수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2000년 '나카타'를 강팀 AS로마로 이적 시키고, 페루자는 또다시 아시아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요, 대한민국 프로 축구(당시에는 K리그가 아니었습니다) 부산 아이콘스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안정환 선수를 1년 임대 후 완전 이적 조건으로 이적을 성사 시키게 됩니다.
등번호 8번을 배정받고 첫 시즌을 치르게 되는 안정환은 데뷔 첫 시즌 대부분 후반 조커로 뛰게 되는데요, 총 15경기(교체 11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조커로써 아주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최고의 리그 세리에A 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의 훌륭한 공격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최고의 경기는 우디네세와의 경기였는데요, 안정환이 멀티골을 터트렸고, 악동 마테라치의 한 골이 더해져 3-3 동점으로 경기가 끝이 납니다. 안정환은 이 경기 이후 세리에A 외국인 베스트 11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때 주간 베스트 11에 든 선수들을 보면, 당시 세리에A 가 얼마나 좋은 리그였는지를 알게 됩니다.
● 공격수
- 안드레이 셰브첸코 (AC밀란)
- 에르난 크레스포 (라치오)
- 안정환 (페루자)
● 미드필더
- 지네딘 지단 (유벤투스)
- 세르징요 (AC밀란)
- 카카베 칼라드제 (AC밀란)
- 카렐 포보르스키 (라치오)
● 수비수
- 파울로 몬테로 (유벤투스)
- 이고르 투도르 (유벤투스)
- 마틴 라우르센 (베로나)
● 골키퍼
- 파벨 스르니체크 (브레시아)
우디네세 경기 외에도 유벤투스와의 경기 또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경기였는데요, 선발 출장한 안정환은 최강팀 유벤투스를 상대로 좋은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을 몇 차례 시도하며 경기 후 현지 언론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경기 결과는 아쉽게 1 - 0 으로 패했지만 경기 MOM이 되었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이름을 알린 멋진 경기였습니다.
등번호 8번 → 10번
첫 시즌 모습이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을 높여준 안정환은 등번호를 8번에서 10번으로 바꾸게 되는데요, 팀에서 10번이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번호이기에 번호 교체는 이후 안정환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2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전 골든골로 인해 페루자 구단주의 "이탈리아 축구를 파멸시킨 사람에게 월급을 줄 수 없다"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시작으로, 몸값이 높아진 안정환에 대한 부산 아이콘스와 페루자의 소유권 분쟁으로 안정환의 세리에A 경력은 끝이 납니다.
data-language="ko"안정환 선수는 데뷔 후 출전 시간 대비 공격포인트도 좋았고, 유벤투스 같은 세계 최고의 팀과의 경기에서도 MOM에 선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선발로 뛰는 경기가 많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세르미 코스미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가 있었습니다.
"부산 아이콘스가 왜 안정환을 놓아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완전 이적을 두 번이나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가 완전한 페루자 일원이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주전으로 기용할 것이다. "
"안느는 굉장한 재능을 가진 선수이다. 지금까지 이런 선수를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세리에A의 피오렌티나 구단주 '디에고 델라 벨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안느는 후이 코스타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다. 안느가 유럽 출신이었다면 분명 후이 코스타 처럼 됐을 것이다."
양발을 잘 쓰고 일명 '안느턴' 이라고 불리는 턴 동작이 유연하고 아름다웠던 안정환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기술이 좋은 선수였습니다. 그 시절 세리에A 선수가 아니라, 지금 시대의 선수였다면 분명 유럽 커리어가 달라졌을 거라 확신하는 선수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엄청난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손흥민 선수가 최고의 선수이지만, 안정환 선수같이 유연한 턴 동작과, 양발을 가리지 않는 칩슛, 반박자 빠른 슈팅 등, 기술 축구를 선보이는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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